태국 수코타이 거리에 걸린 ''러이 끄라통'' 등불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전통 축제인 ''러이 끄라통''을 맞이해 수코타이 시내에 등불이 걸렸다. 수코타이는 타이족이 세운 최초의 통일 왕조이자 러이 끄라통이 시작된 도시의 명칭이다. psh59@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러이 끄라통(Loi Krathong)은 송끄란(Songkran)과 함께 태국의 이름난 양대 축제이다.

태국력으로 12월 보름에 열리는 러이 끄라통에서 사람들은 촛불을 밝힌 작은 배를 띄우며 액운을 떨쳐내고 행운을 기원한다. 올해 축제는 지난 11월 17일 절정에 이른 뒤 마무리됐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러이 끄라통의 주인공은 밤을 밝히는 불빛이다. 작은 초든, 큰 등이든 불을 담은 물체를 떠나보낸 뒤 궤적을 쫓으며 소원을 빈다.

태국 수코타이에서 열린 ''빛과 소리의 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전통 축제인 ''러이 끄라통''을 맞이해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빛과 소리의 공연''이 열렸다. 수코타이는 타이족이 세운 최초의 통일 왕조이자 러이 끄라통이 시작된 도시의 명칭이다. psh59@yna.co.kr

축제는 ''끄라통''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된다. 끄라통은 물에 잘 뜨는 바나나나무 줄기나 연잎에 초와 향, 꽃을 넣어 꾸민다. 거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직접 제작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성껏 장식된 끄라통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강이나 호수 위에 얹혀 긴 여행을 떠난다. 끄라통에 실린 촛불은 물결과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러이 끄라통 축제는 타이족이 13세기에 세운 최초의 통일국가인 수코타이(Sukhothai)에서 기원했다. 수코타이 왕의 첩이었던 ''낭 노파마스(Nang Noppamas)''가 부처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처음으로 끄라통을 띄웠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태국력 12월에는 홍수로 인해 강물이 불어날 때가 많았는데, 보름달이 비추면 풍경이 유독 맑고 수려해 보였다고 한다. 자연이 만든 절경에 작은 끄라통을 더해 더욱 고혹적인 경치를 이뤄낸 셈이다.

태국 수코타이에서 열린 ''빛과 소리의 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전통 축제인 ''러이 끄라통''을 맞이해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빛과 소리의 공연''이 열렸다. 수코타이는 타이족이 세운 최초의 통일 왕조이자 러이 끄라통이 시작된 도시의 명칭이다. psh59@yna.co.kr

축제는 태국 전역에서 펼쳐지지만, 본향인 수코타이와 북부 최대 도시인 치앙마이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수코타이는 인구가 4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도시지만, 러이 끄라통 기간에는 인파로 북적인다.

수코타이에서 러이 끄라통이 펼쳐지는 장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역사 공원이다.

역사 공원은 수코타이 왕조가 태동했던 성곽도시이자 왕궁이다. 웅장한 건축물과 거대한 불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태국 문화의 기틀을 닦은 람캄행 왕의 동상이 서 있다.

수코타이 역사 공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지만, 러이 끄라통 기간에는 특별히 ''야간 개장''을 실시한다.

등불 풍선을 바라보는 아이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태국 치앙마이에서 어린이가 등불 풍선을 올려다보고 있다. 치앙마이에서는 러이 끄라통 기간에 등불 풍선을 하늘로 띄우는 ''이펭 축제''를 함께 개최한다. cityboy@yna.co.kr

주요 사원은 주홍빛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실루엣을 드러내고, 또 수코타이 지방의 각종 기념품을 비롯해 향토음식과 군것질거리를 판매하는 야시장이 들어선다.

러이 끄라통이 열리면 수코타이의 중요한 문화재는 무대로 변한다. 왕실 사원이었던 왓 마하탓과 건너편의 왓 차나송끄람에서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왓 마하탓에서는 태국을 대표하는 ''빛과 소리의 공연''이 상연된다. 내용은 수코타이 왕조의 역사를 토대로 구성되는데, 타이어를 전혀 몰라도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배우들의 몸동작과 군무를 통해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다.

러이 끄라통의 또 다른 명소인 치앙마이에서는 ''이펭(Yi Peng) 축제''를 함께 벌인다. 수코타이와 비슷한 시기에 치앙마이를 지배했던 란나 왕국의 전통을 잇는 행사다. 그래서 치앙마이에서는 끄라통 대신 등불 풍선을 하늘로 올려 보낸다.

등불 풍선을 날리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태국 북부의 작은 도시인 난에서 사람들이 러이 끄라통을 맞이해 등불 풍선을 띄우고 있다. 러이 끄라통은 태국력 12월 보름에 열리는 전통 축제이다. psh59@yna.co.kr

종이로 만든 등불 풍선을 날리는 법은 간단하다. 불을 붙인 뒤 부풀어졌다고 느껴졌을 때 손을 놓으면 기우뚱거리며 상공으로 솟아오른다.

사람들은 풍선이 점으로 변할 때까지 추적하며 소망을 기원한다. 러이 끄라통 기간에 치앙마이의 밤하늘은 수많은 등불 풍선으로 반짝거린다.

축제는 며칠 동안 이어지지만, 실제 ''러이 끄라통''은 하루다. 사람들은 이날 일제히 끄라통을 띄우거나 등불 풍선을 날린다.

올해는 11월 17일이었는데, 지난 10월 24일 태국 불교의 최고 지도자가 100세를 일기로 열반에 들어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이 끄라통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 수코타이와 치앙마이 가는 법 =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450㎞ 떨어진 수코타이로 이동하려면 비행기나 버스를 타야 한다. 방콕항공이 매일 2회 운항하고 있다. 버스로는 6~7시간 걸린다. 치앙마이에서도 수코타이로 버스가 다닌다. 대개 딱(Tak)을 지나며,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한편 치앙마이는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 대한항공이 매일,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가 주 4회 항공기를 운항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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