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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12-13 오전 9:08:45
제 목
원시의 바다와 숲을 간직한 섬
말레이시아 티오만(Tioman)
글ㆍ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현란한 도심을 벗어나 말레이시아의 진한 숲과 바다향을 맡으려면 티오만 섬으로 향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섬’에도 선정됐던 티오만은 원시림을 간직한 숙연한 섬이다. 말레이시아의 랑카위, 페낭 등이 이름을 날릴 때에도 개발의 수혜에서 벗어난 채 진주처럼 숨겨져 있었다.
말레이반도 동남쪽의 항구 메르싱에서 1시간 30분을 쾌속선을 타고 달리면 엔진 소리만큼 가슴 뛰는 티오만 섬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동남아 섬마다 자리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북적거리는 관광객들을 발견하기 힘들다. 티오만은 유럽 배낭족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트레킹이나 다이빙을 즐긴 뒤 해변에서 조용히 쉬다 가는 섬이다. 티오만섬은 제임스 앨버트 미치너 원작의 영화 ‘남태평양’의 실제 촬영무대가 된 곳으로 영화 속 러브스토리 만큼이나 사랑스러운 풍경을 담고 있다.
일상의 삶을 간직한 외딴 화산섬
섬의 관문이 되는 곳은 서쪽 테켁 포구다. 작은 섬이지만 테켁 마을 인근으로는 국제선 비행장이 들어섰고, 메르싱에서 오가는 고속정도 포구에 닿는다. 그렇다고 동남아시아의 휴양섬들에서 흔히 만나는 번화가나 쇼핑골목이 번잡하게 조성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매력은 섬에 도착하면 풍겨나는 전원풍의 외딴 분위기다.
티오만은 반라의 모래해변과 현란한 네온사인의 해변바로 채워진 흥청거리는 모습은 없다. 폭 19km, 길이 38km로 호리병 같은 모양의 화산섬 중앙에는 높이 1037m의 키장산이 우뚝 솟아 있고, 해변을 따라 10개의 크고 작은 캄뽕(마을)이 산을 등진 채 바다를 바라보며 들어서 있다. 살랑, 페누바, 아이르바탕 캄뽕 등 큰 마을을 중심으로 해변과 작은 식당과 고즈넉한 방갈로가 문을 열고 있을 뿐이다. 다이빙 포인트인 코럴 아일랜드나 밀림 속 푸른 해변을 자랑하는 멍키 베이 역시 마을에서는 한적하게 떨어져 있다.
주요 마을과 해변들은 대부분 화산섬의 서쪽에 위치해 있다. 코럴 아일랜드는 섬 북서쪽에 있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무인도로 티오만 섬 각지의 투숙객들이 백사장을 쫓아 찾아드는 명소가 됐다. 살랑 깜뽕과 페누바 깜뽕 사이의 멍키 베이는 숲을 벗어나야 만나는 외딴 해변이지만 에메랄드 빛 바다는 티오만 섬 최고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섬을 단장하는 석양과 에코 트레킹
티오만 섬을 음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트레킹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이방인들이 이 섬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유는 에코 트레킹 때문이다. 섬의 중심인 테켁 깜뽕에서 동쪽 주아라 깜뽕까지 이어지는 2시간 트레킹 코스는 짙은 녹음의 산과 마을을 속속 들여다 보는 묘미가 있다. 섬 중앙의 키장산과 함께 섬 남쪽의 트윈 픽스 봉우리는 바다를 향해 영험한 자태를 뽐낸다. 흐린 날이면 구름과 봉우리가 어우러진 열대 섬의 드라마틱한 장관도 경험할 수 있다.
섬에서는 바다거북, 이구아나 등 희귀한 열대 동물들과 어느 순간 조우할지 모른다. 섬 전체는 해양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자연의 보고다. 무쿳 빌리지 인근에는 폭포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10단 폭포도 숨어 있어 이방인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섬 일대는 면세구역으로 저렴한 가격에 술을 살 수 있는 것 역시 매력이다. 날이라도 흐렸다 개는 날이면 섬 서쪽은 으레 붉은 노을로 뒤덮인다. 하늘과 바다가 붉게 타버린 해변에 앉아 소똥 고렝(오징어 튀김) 안주에 타이거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곳에서 맞는 저녁 또한 장관이다.
티오만은 메르싱 포구에서 닿는 개성 넘치는 섬 중 단연 돋보인다. 메르싱 포구 일대는 크고 작은 60여개의 화산군도가 흩어져 있다. 예전에는 상인들의 무역항이었으나 배낭족의 아지트로 변신한 팅기섬, 해양레포츠의 명소가 된 시부 섬, 라와 섬 등도 메르싱 인근에서 명함을 내민다.
메르싱에서는 싱가포르와의 국경도시인 조호르바루와도 지척거리다. 말레이시아 최남단 조호르바루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바로 경제대국 싱가포르다. 접경의 도시인 조호르바루는 패션으로 치면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뒤지지 않고 쇼핑과 나이트라이프로도 흥청거리는 곳이다. 숨겨진 진주같은 티오만과는 또 다른 별천지에서 이채로운 심장박동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직항편은 없다. 싱가포르 등에서 티오만섬의 테켁까지 직항편이 오간다. 40분 소요. 싱가포르와 접한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메르싱포구에서 티오만섬까지는 쾌속선으로 1시간 30분 걸린다.
현지교통=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마을간 이동은 수상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근거리는 바다카약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섬 서쪽 마을들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숙소=테켁 깜뽕에는 골프코스를 지닌 고급 리조트인 버자야 리조트가 위치했으며 배낭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는 살랑과 에어르바탕 깜뽕에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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