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 화려한 캄보디아의 유적지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첫 번째 목적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앙코르와트를 직접 만나보기 위함일 것이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앙코르와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캄보디아 역사를 조금은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불교와 힌두교 성전이나 신들을 알아두고 가면 유적지를 둘러보는 시간이 더 재미있어진다.

캄보디아를 이끈 여러 왕조 가운데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국으로 꼽히는 것이 크메르(앙코르) 왕국이었다. 크메르 왕국은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의 넓은 영토를 다스렸고 캄보디아가 아유타야 왕국에 점령되기 전까지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덕분에 캄보디아 문화는 앙코르 유적과 건축물 영향을 많이 받아서 풍부한 예술미를 자랑한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5시간 30분. 캄보디아 씨엠립에 도착하면 더운 날씨에 살짝 당황할 수도 있다. 건기에 속하는 11~3월까지는 비교적 선선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후에는 무더운 만큼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하는 게 좋다. 앙코르 패스를 구입하면 앙코르와트를 비롯해 여러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데 넉넉히 2일권이나 3일권을 구입해 여유 있게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매표소를 지나 정문으로 들어가면 사원까지 다리가 이어져 있다.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 2세가 사후 세계에서 비슈누와 합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원을 둘러싼 해자(垓字)가 신의 세계로 가기 위한 경계처럼 느껴진다.

해자를 건너면 사원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중앙 제사당에 5개 탑이 있고, 회랑이 제사당을 둘러싸는 형태로 지어져 있다. 중앙에 있는 탑은 높이가 65m에 이르며 회랑 벽면에는 부조물이 가득 새겨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부조를 통해서 당시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사원과 자연이 어우러진 기이한 풍경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와트만 떠올리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유적지가 있다. 씨엠립 외곽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이 앙코르톰. 앙코르와트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대 도시로 앙코르 제국의 마지막 수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앙코르 유적 중에서 유일하게 불교 건축물이라는 점도 독특하고 거대한 사면체 불상이 곳곳에 서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훼손된 부분이 많지만 ’크메르인의 미소’라 불리는 불상의 인자한 표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앙코르톰 중심에 있는 바위산 모양의 바이욘사원과 시바신에게 봉헌된 힌두교 탑인 바푸온사원, 길이 300m에 이르는 대규모 테라스가 주요 볼거리이다. 특히 테라스 벽면에 코끼리 형상이 빼곡하게 새겨 있어서 이름 붙여진 ’코끼리 테라스’는 주변에 웅장하고 섬세한 부조가 많아 산책하는 내내 발걸음이 더뎌진다.

거대한 나무와 불교 사원이 어우러진 따프롬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사원으로 걸어가는 길에 키 큰 나무가 가득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좀 더 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는데 거대한 나무뿌리가 사원 외벽을 감싼 모습은 신비롭기도 하면서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마치 딴 세상처럼 낯설다가도 자연과 인공적인 건축물이 이렇게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싶어 넋을 잃기도 한다.

[전기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