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거리 가오슝 아이허의 밤 풍경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가 다가오는 이때,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지만 먼 거리는 부담스럽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망설여진다면 대만 여행을 추천한다. 한국에서 2시간30분가량으로 짧은 비행시간, 저렴한 물가, 춥지 않은 날씨에 수려한 자연 경관까지. 게다가 먹을거리와 볼거리도 다양하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가보면 누구나 만족하는 여행지, 대만으로 지금 떠나보자.

발길 닿는 곳마다 갖가지 매력

대만은 일본과 중국에 치여 여행지에서 종종 소외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꽃보다 할배’를 통해 그 매력이 드러나면서 여행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비행기에서 영화 한편 틀어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도착 방송이 들려온다. 깨끗한 거리와 편리한 교통, 친근한 시내 모습이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매력적인 관광지가 넘쳐나는 곳. 대만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대만 주요 도시에는 옛것과 현재가 혼재한다. 전통 중국식 건축물과 일본식 건축물, 서구식 건축물 등 여러 형태 건물이 거리를 메우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걷다보면 한국에 온 듯 착각이 드는 곳도 있다. 프랑스 상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리도 눈에 띈다. 시내를 걷기만 해도 대만 속에서 여러 나라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대만 곳곳 도시들은 서로 저마다 모습을 달리하는데, 그중 가오슝은 대만 경제 무역 중심지로 무역업의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곳이다. 바라만 봐도 고개가 아파오는 85층 둥디스 빌딩과 세계무역 빌딩 등 높고 화려한 건물들이 시내를 장악한다. 사랑의 거리인 아이허의 밤은 낭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오슝에서는 또 다른 매력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오슝 시내 북쪽에 자리한 롄츠탄(연지담) 풍경구역은 본래 농지에 물을 대던 저수지로 용호탑, 춘추각, 관제묘, 구곡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롄츠탄 풍경구역에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색감이 눈을 자극한다.

용호탑은 용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와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용 입은 행운을 뜻하고 호랑이 입은 화를 면하게 해준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때문에 연일 관광객으로 붐빈다. 용호탑은 7층 탑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입구에 있는 용과 호랑이의 비호를 받으며 우뚝 솟아 있다.

용호탑을 지나 구곡교를 건너면 춘추각과 마주할 수 있다. 춘추각 앞 연못에는 수많은 연꽃과 함께 거북이들이 유유자적 관광객들을 구경하며 헤엄친다.

가오슝 여행의 백미 야시장

대만에 갔다면 야시장은 필수 코스다. 현지인들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때문에 야시장은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오슝역에서 5분여가량 걸어가면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시장 골목을 만날 수 있다. 류허(육합) 야시장은 가오슝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야시장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야시장이다. 어둠이 내리면 간판 불빛들이 골목을 환히 밝히고, 류허 야시장은 그때부터 활기를 띤다.

시끌벅적한 골목을 뚫고 들어가면 상점과 가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각종 튀김과 해산물은 물론 쫄깃한 토란인절미인 위위안까지 다양한 군것질거리가 사람들의 출출한 뱃속을 공격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저렴한 금액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이른 오전부터 관광에 지친 여행객들도 류허 야시장에 도착하면 금세 활기를 띠며 구경하느라 바쁘다.

분위기는 우리나라 재래시장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경쾌한 발걸음이 어스름한 달빛과 뒤섞여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송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