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벳푸 규슈자연동물공원이 운영하는 아프리칸 사파리. 철창이 달린 정글버스를 타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벳푸시관광협회 제공 사진. up@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아무리 온천을 좋아해도 24시간 열탕 안에서만 지낼 수는 없다. 벳푸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광객이 온천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즐길 거리를 마련해 왔다. 아프리칸 사파리, 벳푸 로프웨이가 대표적이다.

◆ 365일 펼쳐지는 벳푸판 동물의 왕국

벳푸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말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실감했다. 규슈자연동물공원이 운영하는 ‘아프리칸 사파리(www.africansafari.co.jp)’를 통해서다. 이름처럼 케냐, 탄자니아 등지에서 시행되는 사파리 투어의 축소판이다. 세렝게티 초원을 1만 분의 1로 줄여놓은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아프리칸 사파리에선 사자, 곰, 코끼리, 기린, 낙타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날 수 있다. 관광객은 먹이통의 생닭, 과일, 고구마, 곡물사료를 집게로 집어 철창 밖 동물들에게 선사한다. up@yna.co.kr

벳푸 도심 북서쪽 교외에 조성된 ‘아프리칸 사파리’는 동물로부터 관광객을 보호하는 철창이 달린 정글버스를 타고 6개 구역(Zone)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원 30명의 정글버스는 총 11대가 운행되는데 동물을 본 떠 만든 플라스틱 조형물로 외부를 장식해 친근감을 준다. 약 8㎞에 달하는 6개 구역 전 코스를 다 도는 데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정글버스에 오르면 먹이통과 집게가 제공된다. 먹이통에는 생닭, 과일, 고구마, 곡물 사료가 동물들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 담겨 있다. 약 50㎝ 길이의 집게로 먹이를 집어 철창 밖 동물의 입에 넣어주게 된다.

산양, 곰, 사자, 호랑이, 치타, 코뿔소, 사슴, 코끼리, 기린, 얼룩말 등 방사한 동물은 구역에 따라 다르다. 치타 이외의 대형 육식동물은 초식·잡식동물과 구역을 달리해 배치했다. 치타는 초식동물이라 해도 자신보다 몸집이 크면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랑이는 총 27마리가 있는데 매일 3~5마리씩 교대로 관광객과 만난다. 같은 종이라고 해도 서로 잘 맞지 않는 동물들이 있어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사이끼리 묶어 밖으로 내보낸다. 반면 산양, 사슴 등 초식동물은 무리 내에서 싸움이 거의 없어 한번에 전부 풀어 놓는다고 한다.

관광객을 맞는 첫 번째 동물은 산양과 곰이다. 산양은 지중해 코르시카산으로 일본 내 다른 동물원에서 두세 마리를 데려왔는데 번식력이 뛰어나 지금은 수십 마리로 불어났다. 식욕도 왕성해 정글버스가 멈춰 서면 먹이 쟁탈전을 벌인다. 창살 사이로 먹이를 주려고 집게를 내밀면 큰 뿔을 가진 수컷끼리 서로 밀치며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인다. 체구가 작은 녀석들은 아예 싸움에 끼지 못하고 입맛만 다시며 빈틈을 노린다.

(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벳푸 로프웨이를 타고 쓰루미다케 산을 오르면 벳푸 시내와 바다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벳푸시관광협회 제공 사진. up@yna.co.kr

곰은 회색곰과 흑곰이 함께 생활하는데 매일 먹이를 공급해 주는 관광객들로 인해 겨울에도 동면하지 않는다고 한다. 구역마다 전담 사육사가 있어 정글버스 먹이 쟁탈전에서 밀려난 동물들에게도 따로 먹이가 제공된다.

제2구역은 사자가 주인이다. 무리 생활을 하는 사자 역시 정글버스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덩치 큰 수컷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닭고기를 받아먹는다. 초식동물 구역에선 어린 동물들의 인기가 높다. 규슈자연동물공원에서 태어난 네 살배기 기린 ‘나우토’, 지난해 5월 태어난 코끼리 ‘초이’ 등을 볼 수 있다. 기린에겐 오렌지, 코끼리에겐 고구마를 집어준다.

‘아프리칸 사파리’의 연간 입장객은 40만여 명에 달한다. 정글버스를 타지 않고 입장객이 승용차를 직접 몰고 사파리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창문을 열지 못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은 불가능하다. 또한 규정 속도와 운행 경로를 반드시 지켜야 하며 클랙슨 등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개장 시간은 3~10월 오전 9~오후 5시, 11월~이듬해 2월 오전 10~오후 4시이며 입장료는 16세 이상 2천300엔(정글버스 이용 시 1천 엔 추가), 4~15세 1천300엔(정글버스 이용 시 800엔 추가)이다. JR 벳푸 역 서쪽 출구에서 41, 43번 버스를 이용한다.

◆ 벳푸 로프웨이 타고 쓰루미다케 산 등정

(서울=연합뉴스) 장성배 기자 = 벳푸 로프웨이는 봄 벚꽃부터 겨울 설경까지 쓰루미다케 산의 사계절 풍경을 선사한다. up@yna.co.kr

활화산으로 벳푸 온천의 바탕이 되는 쓰루미다케 산은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다. 해발고도가 산 정상과 75ｍ밖에 차이 나지 않는 1천300ｍ 지점까지 대형 곤돌라가 운행된다. 1962년 개통해 반세기 넘게 무사고 운행 중인 ‘벳푸 로프웨이(www.beppu-ropeway.co.jp)’이다.

정원이 101명인 ‘벳푸 로프웨이’는 해발 500ｍ 지점에서 15~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약 1.8㎞ 구간을 초속 4.1ｍ 속도로 운행한다. 비교적 느리게 움직이는 곤돌라에선 쓰루미다케 산이 빚어내는 계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4~5월에는 벚꽃과 연산홍이 만개하고 10~11월에는 고운 단풍이 능선과 골짜기를 수놓는다. 또 겨울에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붙어 생기는 무빙(霧氷)이 순백의 얼음나라를 펼쳐 놓는다.

곤돌라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가면 넓은 산마루가 나타난다. 산마루에서 정상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산책로 일주에는 약 40분이 소요된다. 산마루 일대에는 곳곳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벳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쪽 전망대는 역에서 5분가량 소요된다. 날이 맑은 날 동쪽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 건너 시코쿠(四國)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벳푸 로프웨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동절기 4시 30분)까지 운행한다. 왕복 요금은 13세 이상 1천400엔, 4~12세 700엔이다. JR 벳푸 역 서쪽 출구에서 34, 36, 37번 버스를 타면 약 20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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