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메트로폴리탄이다. 시드니 여행 시 꼭 해보아야 할 것들 중 많은 이들이 놓치는 디테일이 있다.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명품이듯, 이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 시드니는 더 이상 당신에게 평범한 도시가 아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도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0년만의 여행인가? 이번 여행에선 마치 시드니를 처음 간 것처럼 차곡차곡 도시를 돌아보았다. 시드니! 500만 인구가 먹고, 마시고, 치열하게 일하고, 웃고, 떠드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온전한 생명이다. 지금 이 순간도 도시는 쉬지 않고 숨 쉬고, 맥박이 뛰고, 진화한다. 한 번으로는 부족한 시드니 여행. 기회가 된다면 속살까지 천천히 체험하면서 조금 깊이 있게 느껴봐야 하지 않겠나.

오페라하우스, 기념사진으론 부족하다

오페라하우스를 제대로 관광하려면 공연을 감상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주당 40여 편의 크고 작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페스티발이나 야외 음악회 등의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연간 3000회 이상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고 관람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세기에 남을 역사적인 장소에서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시간이 부족해 공연 볼 시간이 없다면 하다못해 오페라하우스 투어라도 참여할 것을 권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가이드 투어프로그램은 유료로 진행되며 30분 정도 소요되는 기본 투어에는 한국어로 운영되는 것도 있다. 기본 투어에선 오페라하우스의 건축에 얽힌 역사적인 스토리와 비디오 기록 감상, 콘서트홀 방문 등 외부와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보게 된다. 프로그램 중에는 백스테이지 투어도 있고, 식사를 겸하는 투어도 있다.

오페라하우스의 부속 레스토랑, 카페는 시드니 하버를 바라보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 왔다면 당연히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거나 커피 타임을 가지면 좋겠다.

최고의 미식 경험과 스트리트 체험, 스몰바 투어

호주에는 유명한 셰프들이 있는 고급 레스토랑도 많지만, 싱싱한 오이스터바, 브런치 레스토랑 등 풍성하고 인심 좋은,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활기찬 곳들 위주로 둘러본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맛집은 당연한 코스로 평생 잊지 못할 시드니를 만들어 줄 주역은 바로 ‘현지인처럼 스몰바에서 즐기기’다.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좀처럼 알 수 없는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작은 술집, 스몰바(small bar)를 찾아다니는 것이 최근 시드니 나이트 라이프의 특징이다. 이곳들은 찾기도 힘들고 간판도 없는 경우가 많다.

멜번의 도보여행 전문 여행사인 ‘투핏앤핫빗 워킹투어스’가 운영하는 스몰바 투어를 신청하면 간단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룻저녁에 5~6군데의 스몰바를 돌아보고 그 중 두 군데 정도를 골라 간단한 음료와 타파스 등을 참가자들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주인장의 특별한 케어도 받고, 여행객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친구도 될 수 있는 참으로 신선한 투어다.

알랑가 몰라, 해변만 100개

시드니엔 해변이 100개가 넘는다. 그 중 최고로 유명한 해변은 아마도 본다이(Bondi)일 것이다. 우선 ‘본다이 블루’를 감상한다면 누구나 마음이 설레일 것이다. 1997년 애플사의 직원들이 본다이 비치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컬러를 ‘본다이 블루’라 부른다. 먼저 오전 일찍 해변에서 가까운 서핑숍을 방문해 서핑 강습을 받는다. 나 또한 그렇게 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서핑을 체험한 적이 없고 바다 수영에 자신 없었지만 그들이 안전을 보장한다 했고, 뉘앙스 전달까지 가능한 한국말 강사도 있으니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엔 해변에 앉아 바람의 방향, 파도의 방향, 조류 등을 배웠다. 강사 말로는 이런 것들은 바다에 대한 학습이 아닌, ‘바다의 마음을 읽는 법’이다. 서핑은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스포츠임이 분명하다. 절대 한 번의 강습으로 마스터를 할 순 없다. 그러나 한번의 강습은 본다이를 마음에 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서핑이 바다를 가까이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지혜의 스포츠라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린 시절주터 부기보드(boogie board)를 끼고 산다. 매일 해변을 달리고 내키는 대로 바다로 나가며, 파도를 타고 돌아와 해변을 뒹굴거리며 오늘을 즐기고 미래의 삶을 꿈꾸는 것이다.

시드니 하버의 품 안으로 진격

애인끼리 오후를 보내는 가장 멋진 방법으로 현지인들조차도 범선에서의 데이트를 꼽는다고 하니 기대감이 상승했다. 범선은 선체 위에 세운 돛에 바람을 받게 해 그 힘, 즉 풍력으로 움직이는 배다(바람이 없을 땐 동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클래시컬한 위용을 자랑하는 1850년대 스타일의 범선 네 대를 운영하는 톨 쉽 컴퍼니(Tall Ship Company)는 가족이 경영하는 작은 회사로 이 회사가 보유한 범선들은 1920년대부터 40년대에 건조된 레트로스타일의 선박들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선장님과 눈인사를 하고 배에 오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환상에 빠질 준비 끝! 우선 오감을 동원해야 한다. 공기 속의 촉촉한 소금기,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탄탄한 몸체, 오래된 선체의 목재와 타르가 만들어내는 기분 좋은 냄새들. 배가 나아가면서 들리는 끽끽거리는 소리, 밧줄이 감기고 풀리는 소리, 그리고 미각을 자극하는 호주산 맥주와 와인, 크루즈 내내 스탭들이 날라오는 맛있는 핑거 푸드…이렇듯 빈티지 범선 크루즈는 시드니 하버의 클라이막스를 가장 낭만적인 방법으로 경험하게 해주었다. 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돛에 기어 오르는 ‘매스터 클라임’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장비를 장착하고 움직이므로 자칫 손을 놓치더라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돛에 끝까지 기어올라 발 밑으로 흘러가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온 몸의 아드레날린이 솟아오르고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그러나 가슴은 곧 터질듯 시원해졌고 마음 또한 호쾌해졌다.

한편 바다를 발 아래 두는 짜릿한 경험은 배 위뿐만 아니라 시드니의 ‘아이콘’ 하버브릿지 위에서도 가능하다. ‘브릿지 클라이밍’이 그것인데 이미 현재까지 300만 명 넘는 이들이 경험한 검증 받은 액티비티다. 일출, 일몰, 밤, 새벽, 오후 다양한 시간대의 하버의 모습을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특이했다. 브릿지 클라이밍의 스태프들은 ‘호주를 찾는 외국 유명인들, 90세가 넘은 노인이 클라이밍에 도전을 한 일, 이곳에서 열린 4000쌍의 약혼식과 20여 건의 웨딩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주었다.

포트스테판의 추억

시드니를 잠시 떠나 근교지역으로 다녀오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쪽의 헌터밸리로, 해양스포츠와 휴양을 즐기고 싶은 이라면 포트스테판으로,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좋아하는 이는 블루마운틴으로 향하면 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블루마운틴은 시드니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산 전체가 유칼립투스로 덮여 있는 사암고원이다. 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이 강한 태양빛과 만나 푸르게 반사되어 ‘블루마운틴’이라 불린다. 포트스테판은 시드니에서 세 시간 거리로 다소 멀지만 사막, 해변, 해양스포츠를 골고루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바라문디란 생선은 호주 북부지역에서 잡히는 즙이 많고 향미가 좋은 생선으로 피쉬앤칩스를 바라문디로 만든다면 어느 정도 맛은 보장된다고 봐도 좋다. 포트스테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쿠라바라(Cookabarra)레스토랑은 바라문디를 직접 양식하고 있어 언제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포트스테판 지역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이 레스토랑을 들러야 할 것이다.

포트스테판은 ‘호주 고래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일년 내내 돌고래를 볼 수 있다. 도시인들은 주말마다 이 지역의 빌라를 렌트해, 온 가족이 낙낙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는 것을 즐긴다. 그 중 해양스포츠의 메카인 넬슨 베이는 돌고래 크루즈, 파라세일링, 카약, 낚시 등의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포트스테판 지역의 가장 큰 마을이다. 또한 모래사막도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다. 질주하는 4륜 구동, 사막 한 가운데서의 샌드보딩, 낙타 사막투어 등 포트스테판의 액티비티는 육해공을 아우른다. 하루 이상 꼭 할애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근교여행지로 포트스테판을 기억하도록 하자.

이벤트, 페스티발의 도시

매년 12월 26일에 시작하는 호바트 구간 요트 경주 기간엔 시드니하버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크루즈와 요트들이 항구를 출발하는 장관을 구경하는 것이 최상의 휴가다. 새해 첫 결승선을 넘어오는 요트에 박수를 보내며 평생 잊지 못할 시드니를 마음 속에 아로새길 수 있다. 또한 매년 2월말에 펼쳐지는 명랑하고 즐거운 축제, ‘마디그라’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세계 최대 규모의 동성애자 퍼레이드는 지켜보기만 해도 에너지가 넘친다. 오페라 하우스와 도시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는 빛의 축제 ‘비비드 시드니’도 있다. 해마다 이 축제 덕분에 5~6월이면 시드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의 도시가 된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10월 중순경에 열리는 해변 조각전을 소개한다. ‘해변 조각전(Sculpture by the Sea)’은 20년이 되어가는 연례행사로 2013년 안병철, 문병두, 김승환 3인의 한국 작가도 참가했다.

[글과 사진 조은영( 여행칼럼니스트/여행작가) 협조 Tourism Australia, Destination NS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13호(14.0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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