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는 관광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필리핀 북부지역은 거대한 원시림과 같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고, 익사이팅한 모험과 수상 스포츠 등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 동굴 탐험, 카약 래프팅…카가얀 밸리
필리핀에서 가장 크고 넓은 강인 ‘카카얀(Cagayan)''이 흐르고 있는 이곳은 300개가 넘는 석회 동굴이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뜨거운 필리핀 기후와는 달리 동굴 안은 서늘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게다가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때문에 바닥은 미끄러우면서도 진흙으로 질퍽인다. 

팔라위 섬에 있는 등대 ''케이프 엔가뇨''(위). 등대가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바닷가 전경.(아래) (유연석)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만나게 된다. 동굴을 이동하면서 했던 불평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들어간다.

팔라위 섬에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등대 ''케이프 엔가뇨''(Cape Engano Lighthouse)가 있다. 

1892년 12월 30일 처음으로 불이 켜진 등대는 한때 북동쪽 바우야네스 섬들과 필리핀 본토의 수로사이까지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2차 대전 때는 요새로도 쓰였던 유서 깊은 곳이다.

해변에서 언덕에 있는 등대까지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는 총 3곳. 어린 시절 아버지와 등대에서 살았다고 하는 가이드를 따라 10여 분 올라가니 섬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등대에 다다랐다. 

가이드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는 다섯 가족 중 한 가족이 한 달씩 교대로 상주하며 등대를 운용했다. 하지만 태양열 발전기를 이용해 등대가 자동 운용되면 더 이상 등대에 상주하는 가족들은 없다. 관리자가 한 달에 한 번 등대로 올라가 점검하는 정도다. 
늦은 2월부터 4월까지는 이 섬 근처 바닷가에서 혹등고래(Humpback whale)가 나타나는데, 이 모습도 등대에서 볼 수 있다. 고래의 크기는 버스 정도이다. 

◈ 보는 순간 셔터를 누르게 되는 계단식 논 ‘바나웨’

필리핀 북부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고 하면 ‘바나웨’(Banaue)를 꼽겠다. 

바나웨는 교과서에서도 실린 필리핀 계단식 논(Rice Terrace)의 이름이다. 
2,000년 전 필리핀 원주민 중 하나인 이푸가오 족이 산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밭으로 세계의 8대 불가사의로 꼽힌다.

이들의 관수(灌漑)는 테라스 위의 있는 열대우림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자연적 고도를 이용하여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