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는 칸쿤이 유난히 멀게 느껴진다. 미국을 경유해서 들어가야 하므로 그렇다. LA, 뉴욕, 달라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경유하게 되는데, 오히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두 도시를 여행한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도시와 칸쿤을 연결해서 즐기는 보너스 기회를 가지려면 적어도 일주일~열흘 정도의 시간을 내는 것이 좋겠다. 누구나 가는 흔한 여행지가 탐탁지 않은 신혼여행자들에겐 요즘 칸쿤이 대세다. 배우 한가인·연정훈 커플 덕분이라 하는 이들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신혼여행자들이 칸쿤을 좋아할 만한 이유는 그외에도 여러가지 있다.

첫째, 칸쿤의 유명 리조트들은 거의 올인클루시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식사, 음료와 술, 24시간 룸서비스, 미니바, 액티비티 등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여행이다. 이런 리조트들의 특징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것. 처음 비용에서 크게 추가할 것이 없어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의 고민을 줄여준다. 둘째, 칸쿤 섬은 크지 않아 둘러보기 좋다. 리조트를 나와 버스를 타고 섬 북쪽에 있는 Playa Linda, Playa Langosta, Playa Tortugas의 해변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멕시코의 모든 해변은 개인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해변에서나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섬의 동쪽에 있는 Playa Chac-Mool, Playa Marlin, Playa Ballenas 해변에서는 바다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북쪽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칸쿤 섬의 남쪽에서는 마야 유적지도 구경할 수 있다. 셋째, 세계적인 유적지가 가까이 있는 휴양지라는 점이다. 이것이 몰디브 및 여타 휴양지와 비교되는 칸쿤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리조트 밖을 나와서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 세계문화유산이라고 불리는 유적지가 가까이 위치한다는 점이다. 또한 멕시코와는 비자 면제 협정이 있어 90일간 무비자다.

마야의 숨결, 칸쿤의 볼거리들

(왼쪽)셀하파크, (오른쪽)툴룸\n

치첸이사의 하이라이트는 엘 카스티오라 불리기도 하는, 800년 전에 만들어진 쿠클칸 피라미드다. 이 피라미드는 미스터리와 놀라움의 연속이다. 높이 23m, 바닥 넓이가 55m. 피라미드의 각 면에는 91개의 계단이 있는데 사방 계단을 모두 더하면 364개가 된다. 맨 꼭대기의 제단까지 합치면 총 365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태양의 신전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과 싸우며 91개의 계단을 올라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른다. 마야문명의 이상한 기운이 발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아 기분이 꽤 몽환적이다. 이 피라미드의 놀라운 점은 춘분과 추분에 뱀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북쪽 계단으로 지는 그림자가 뱀이 건물을 기어 계단 맨 아래에 있는 뱀 머리 석상과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보고 마야인들은 태양신이 뱀으로 변해서 하강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춘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뱀 그림자가 꾸불꾸불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추분에는 반대로 기어올라가는 모양으로 비추어 진다고 한다. 이런 기현상을 보기 위해 매년 춘·추분에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치첸이사를 둘러보다 보면 멜 깁슨 주연의 <아포 칼립토>가 떠오르기도 한다. 치첸이사 관광은 호텔에서 투어로 신청하면 되는데 대부분 이른 아침 출발해 치첸이사로 가는 중 세노테에 들르는 일정이다. ‘세노테’는 공룡의 멸종시기인 백악기에 지구에 떨어진 운석으로 인해 조성된 다양한 형태의 지하 우물을 일컫는 말이다. 치첸이사로 가는 길에 들르는 우물에선 사람들이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은 해변이 아니라 세노테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하루 정도 해변을 떠나 ‘셀하(Xel-ha)파크’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캐리비안 베이의 버젼이다. 다양한 물놀이 시설은 물론, 올인클루시브 스타일로 운영되므로 모든 음식과 주류가 무료다. 칸쿤 만세!

한편 칸쿤의 호텔단지에서 약 13k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인 ‘여인의 섬’은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면 닿는다. 재미를 위해 중간에 스노클링을 하라고 잠시 배를 멈추기도 한다. 섬은 소박하고 깔끔하다. 밀가루처럼 곱고 결이 깨끗한 해변,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라 여인의 섬으로 불리지 않았나 잠시 생각해 보았다. 섬은 작지도 크지도 않아 골프 카트를 빌려 이동한다. 북쪽비치(Playa Norte)는 호텔존에 비해 파도가 잔잔해서 로컬에게도 유명한 장소이며, 남쪽의 Punta Sur에 위치해 있는 Sculpture Park 역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그 밖에도 마야 문명 최대의 해안가 유적지 ‘뚤룸’은 카리브 바다와 마야 유적지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뷰 포인트이다. 칸쿤 호텔존에서 시작되는 ‘정글투어’는 2~4인승 보트를 직접 운전하여 라군과 망그로브 숲을 지나 카리브해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돌아온다. 짐 캐리의 <마스크>에도 나왔던 세계 최대의 나이트클럽 ‘코코봉고’는 클럽마니아가 아니라도 꼭 가봐야할 곳으로 라스베가스 식의 쇼를 클럽에 도입한 뜨거운 곳이다. 단순히 춤추고 술 마시는 장소라기보단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상상을 뛰어넘는 유명한 클럽이다.

[글 조은영(여행작가, 어라운드더월드 대표) 사진 드림아일랜드 www.dreamisland.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21호(14.04.0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