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개 붉은 촛대를 세워 놓은 듯한 비경을 자랑하는 브라이스캐니언 골짜기. 4대 캐니언을 다 둘러보는 그랜드 서클 투어에서 백미로 꼽힌다. [사진 제공=모두투어]푸른 전나무 숲을 지나니 거대한 붉은 왕국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연이 빚은 장엄함은 인간의 빈약한 언어를 압도했다. "와!" 하는 탄성으로밖에 수만 개 돌탑이 만들어내는 비장함을 표현할 수 없었다. 미국 유타주 브라이스캐니언은 자연이 만든 ''앙코르와트''였다. 하늘을 향해 솟은 붉은 돌기둥 수만 개가 신전의 모습을 연출했다. 어떤 돌탑은 로마 개선문을 닮았고 어떤 돌탑은 콜로세움 모습으로 다가온다. 또 아프가니스칸 바미얀 석불 모습으로 비치는가 하면 마이산 돌탑을 닮기도 하고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같은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돌탑을 후두(Hoodoo)라고 하는데 암석이 녹아내려 만든 돌기둥이란 뜻이다. 캐니언의 대표인 그랜드캐니언이 웅장한 바로크 양식 작품이라면 브라이스캐니언은 화려한 로코코풍 작품이다.

브라이스캐니언은 흙과 물과 바람에 시간이라는 촉매제가 만나 이루어진 앙상블이다. 브라이스캐니언 형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약 1500만년 전 바다였던 땅에 토사가 쌓여서 형성된 암석이 빗줄기와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해 다시 본래의 토사로 변해 흘러내려 가는데 비교적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무수한 첨탑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해도 돌탑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아름다움까지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과 기술이 맨해튼의 고층빌딩 숲을 복제할 수는 있어도 브라이스캐니언의 대서사시는 흉내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신(神)이 모래로 빚어 놓은 듯한 절경인 앤텔로프캐니언. 규모는 작지만 경관만큼은 4대 캐니언 중 으뜸이다.관광객에게 주어진 시간에 따라 브라이스캐니언을 즐길 수 있는 수십 가지 방법이 있다. 그랜드캐니언 자이언캐니언 등 여러 캐니언 중 하나로 ''주마간산'' 식으로 보고자 한다면 선셋포인트 선라이스포인트 등 10여 개 포인트에서 그냥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브라이스캐니언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브라이스캐니언 속살까지 느끼고 싶다면 브라이스캐니언 국립공원 내 로지(Lodge)에서 머물면서 트레일 몇 개를 골라 걸어보는 것이 낫다. 주어진 시간과 체력에 따라 난이도별로 선택할 수 있는 수십 개 트레일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브라이스캐니언과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올려다보는 브라이스캐니언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전이나 사원을 걷는 듯 경건해지고 겸손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다. 푸른 전나무와 푸른 하늘, 붉은 돌기둥의 강렬한 대비도 오래오래 기억된다. 또 브라이스캐니언에서는 반드시 일출과 일몰을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따로 선셋포인트와 선라이스포인트를 만들어 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붉은 돌기둥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붉은 노을로 물드는 것은 마치 천지창조 모습과 같다. 물론 날씨가 허락할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장관이다.

이 지역은 1847년 모르몬교도들에 의해 이주가 시작되었고 에버니저 브라이스라는 목수가 나무를 구하려다 이 캐니언을 발견해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23년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5년 후인 1928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이 공원 면적은 3만6000여 에이커지만 남북으로 21마일이나 되는 긴 지역이며 잘 포장된 도로가 공원 전체에 깔려 있어 자동차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브라이스캐니언 하나만 관광할 수도 있지만 동선만 잘 짠다면 그랜드캐니언과 자이언캐니언, 모뉴먼트밸리 등 미국 서부 내륙 자연의 신비를 2~3일 안에 모두 둘러볼 수 있다.

▶ 브라이스 캐니언 100배 즐기는 Tip

★ 찾아 가려면＝유타주 남부 중앙이다.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북동쪽으로 대략 85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주소 : Bryce Canyon National Park P.O. Box 170001 Bryce Canyon, Utah 84717-0001, 전화 435-834-5322)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발하면 12시간이 걸린다. 10번 E와 15번 N을 타고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계속 북상하다가 애리조나주를 거쳐 유타로 들어선다. 89번 N을 지나 12번을 만나면 공원이 시작된다.

★ 차량은 반드시＝반드시 차량이 있어야 한다. 공원을 따라 운전하다가 전망대마다 멈춰 서는 게 팁. 좀 더 적극적으로 캐니언 안으로 향하는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이나 승마 등을 즐기면서 공원을 관광할 수도 있다.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나 스노 슈 등을 착용해야 계곡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유타주(미국) = 김기철 기자]